GalleryJJ Project 28

서용선의 머리_갈등

Head by Suh Yongsun_Conflict

2019. 11. 22 (Fri) - 12. 31 (Tue)
Collectors evening: 11. 30 (Sat)

서용선 회화의 토대, 그중 하나

이인범 | 상명대학교 교수

인간 탐구를 향한 그림 그리기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온 화가 서용선이 갤러리JJ에서 다시 자락을 편다. 이번 <서용선의 머리_갈등> 전시는 다소 이례적이다. 지금까지의 회화, 드로잉 중심의 여러 전시들과 결이 다르다. 숙명적으로 관심을 이미지의 문제로 몰고 가게 하는 회화가 아니라 콜라주나 조각들로 이루어진 화가의 이번 전시는 우리의 눈길을 어쩔 수 없이, 붙여진 질료나 오브제들로 옮기게 한다.

알다시피 화가 서용선의 예술세계는 인간들의 삶의 세계 그리기로 압축된다. 숱한 자화상들, 태어난 이래 터 잡고 살아 온 도시 서울의 뭇 사람들의 삶의 생태, 노산군의 비극적 삶에서 시작된 계유정난, 한국전쟁과 같은 역사적 서사들과 그 배후에 겹겹으로 구조화된 삶의 지층 속으로 파고들어 잠복된 힘들을 읽어내는 작업들, 그리고 이어진 파리, 베를린, 뉴욕, 워싱턴, 베이징, 멜버른, 시애틀 등 지구촌 도처 사람들의 삶의 세계 탐색들… 자화상뿐만 아니라 그의 모든 작업들은 스스로를 마주할 줄 아는 인간 그림들이다. 이제 그의 실천의 초점은 인간들을 구분 짓는 일련의 울타리들을 넘어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지점으로 수렴되고 있다.

 

이번 작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머리>, <갈등>, <가족>, <아이들>과 같은 타이틀의 작품들뿐만이 아니라 <북두칠성>이나 <콜라주>라는 제목의 여타 작품들도 인간 탐색의 성과물들이다. 다만 색다른 것은 그리기 작업으로부터 살짝 한 걸음 비켜섰다는 점이다. 전시 구성은 주스 상자, 라면봉지, 알루미늄 호일, 포장지, 못, 철판, 나무 같은 사물들이 붙여진 평면작업들, 그리고 아예 행위의 흔적을 보여주는 오브제들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작가가 행한 예술적 실천은 풀칠, 바느질, 용접이나 오리기, 절단작업, 톱질, 깎아내기 같은 그다지 숙련이 요구되지 않는 수공작업들이 전부이고, 그렇게 해서 구현된 인간 이미지들 역시 붙이기, 재배치, 제거, 붓질 같은 소박한 행위들로 인해 남겨진 물질적 자취 정도이다. 물론 그리기도 포함된다. 그렇지만 뭔가를 지시하거나 표상한다기보다는 사물들을 다루는 여타 행위들에 덧붙여진 또 다른 흔적에 그친다.

그래서 그림들과 느낌이 다르다. 우선, 세상을 내다보는 창이나 혹은 뭔가를 표상해내는 스크린 역할을 하게 마련인 뭇 그림들과 구별된다. 화면은 다만 사물들이 붙여지는 지지대 정도로 기능한다. 캔버스나 도화지만이 아니라 각종 인쇄물이나 하드보드, 베니어합판 같은 일상 사물들이 그대로 바탕이 되기도 한다. <갈등>, <머리>와 같은 작품들의 경우에서처럼 조각 역시 작가라면 발동하기 마련인 예술 의욕이나 주장들이 들어설 자리가 허락되지 않은 듯하다. 재현이나 표출의 과제인 인물 이미지들은 작가 의지에 따라 형상화되어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단지 거기에 얹힌 듯 만 듯 나무나 철 등의 재료들이 내는 소리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그렇다면 그 욕망들을 거둬내는 대신 작가가 얻어낸 것은 무엇일까? 도대체 ‘사람 그리기’에 비루하고 보잘것없는 사물이나 물질들, 그리고 소박하기만 한 기술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이나 뉴욕, 그곳이 어디든 언제나 미궁에 차 낯설기만 한 지구촌 사람들의 본 모습에 다가서려는 그가 도달하게 되는 지점은 어디일까? 혹시 사람을 그리는 일이란 그에게 자칫 형이상학적이거나 관념적인 허상을 그릴지도 모르는 일, 아니면 아예 불가능성에 도전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마주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인간들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정의하는 인간이란 그 어떤 경우든 그 동안의 숱한 역사적 경험들, 가깝게는 요즈음 우리의 정치 현실이 잘 말해주듯이 그 자체가 천박하거나 기만에 가까운 일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 황당하고 덧없는 현실에서 진지한 작가라면 ‘예술’ 그 밖의 비루하고 하찮은 일상 사물들이나 물질들-그가 하는 일은 제프 쿤스처럼 화려하게 사물에 금박을 하지도, 데미안 허스트같이 해골에 다이아몬드를 붙이지도 않는다-을 콜라주하고 조각하는 일은 아슬아슬하지만 그 현실들과 불화를 해소하는 흔치 않은 길 가운데 하나일 것이리라. 세계의 낯선 도처 어디서든 그 사물들은 그나마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실질적인 안식을 제공하는 것들일 터이다. 그러니 호락호락하게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인간 세계를 향한 불안정한 길 위에 서 있는 그에게 그나마 희망의 실마리라도 되겠으니 말이다. 그 어디를 가든, 그는 우선 그 주변을 탐색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 덕에 그리기 만으로는 쉽지 않지만, 주변의 사물들이나 자기가 그린 그림들을 단지 오려 붙이는 것만으로도 단숨에 리얼리티에 도달하는 행운을 얻는다. 형상적으로 터무니없어 보이는 <아이들>, <올라가는 사람들> 같은 작품들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 점에서 양의 많고 적음을 떠나 콜라주나 조각이 놀랍게도 그리기가 전문인 화가 서용선에게 그 일련의 ‘그리기’들의 시작점이자 또한 ‘그리기’를 일으켜 세우는 굳건한 토대들 가운데 하나라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돌이켜보면, 피카소와 브라크가 회화의 허구성을 거둬내고자 콜라주에 손을 댄 것이 지난 세기 초이고 조각은 더 말할 나위 없이 태초의 일이니 이런 일들이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하지만 서용선의 예술세계를 향한 우리들의 궁금증에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규모가 크지 않아도 매력이 넘친다. 늘 표출적인 색채와 형상들, 미궁같이 늘 불가사의한 에너지와 긴장들로 가득 찬 서용선의 인간 탐구가 억견을 부추기는 상투적인 이데올로기에 빠지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우리를 늘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 명제로 향하게 하는 그 에너지들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등등의 궁금증들 말이다.

비 유럽권 지역의 우리들에게 서구 근대의 산물인 ‘예술’ 즉 ‘파인아트’는 낯설고 이질적인 그 무엇이었던 때가 얼마 전 일이다. 판타지인 만큼이나 트라우마로 작동하기도 했던 그 ‘예술’이 이만큼 이 땅에 자리 잡고 인간의 삶의 세계와 마주하는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삶의 한 형식일 수 있게 된 것은 허상을 판타지로 삼기보다는 몸으로 부딪칠 줄 아는 화가 서용선 같은 용기 있는 몇 안 되는 예술가들 덕분이다. 일상을 에워싸는 사소한 사물들이나 물질들의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 그것이야 말로 따지고 보면 적지 않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일진대, 그것은 인간과 자연, 예술과 사물, 이념과 물질, 성스러운 것과 속된 것 같은 얼핏 엄숙하기는 하나 케케묵은 경계들을 편하지만 용기 있게 넘나들 수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Another basis for Suh Yongsun’s painting

Professor Inbum Lee

 

Suh Yongsun, the artist who has opened a new horizon for painting towards speculation on human exploration, has returned to GalleryJJ. This exhibition, Suh Yongsun's Head_Conflict is rather unprecedented. It is different from the previous ones that focused on painting and drawing and is composed mainly of collage and sculpture. It is not about painting that deliberately draws attention to its pictorial questions, but it draws our eyes to the materials attached.

 

Suh’s art world encapsulates various outlooks of human life. He delves into the hidden forces pulling wires from behind by investigating the strata of information from historical incidents such as Korean War, the ecology of lives in Seoul, and from the exploration on the citizens around the world including Paris, Berlin, New York, Washington DC, Beijing, Melbourne, Seattle and so on. His work is not only about (self-) portraits but also human figures capable of facing themselves. His practice now focuses on questioning what we are beyond the series of fences that segregate us.

 

The recent works shown in this exhibition are no exception; Head, Conflict, Family, Children, Big Dipper and Collage series are the results of his extensive research on humans, ourselves. The only differentiation from his previous work is that he has stepped aside from drawing. The exhibition comprises planar works with juice boxes, ramen bags, foils, wraps, nails, iron plates and wood pieces adhered to them, as well as sculpted objects displaying traces of his action. The action here is all simple handiwork that does not require much skill such as cutting, gluing, sawing, sewing, shaving, and welding. The human figures implemented in doing so are also of material vestige left by his simple acts of pasting, removing, rearranging and brushing. Of course, drawing is included but rather than instructing or representing something, it is just another trace added to other acts of dealing with things.

 

The mood of these new works is thus different from his paintings. First of all, it is distinguished from painting that either act as a frame for viewing the world or a blueprint for representing something. The canvas merely acts as a support to which things are attached. Not only canvases and papers, but also everyday objects such as various prints, hard boards, and veneer plywood can become the basis. His sculptures, Conflict, and Head, for instance, seem to have no room for artistic desire or statement that any artist would eagerly pronounce. Rather than being at the frontline, the figurative images in which the task of representation or expression is shaped according to the artist's volition yields to the voice of materials.

 

What does Suh acquire by effacing those desires? Why does he utilize seemingly trifling materials and rudiment technologies when portraying humans? Where does he reach by approaching the original appearance of strangers lost in the labyrinthine world? Perhaps, for him, portraying people is metaphysical labor, ideological illusion, or is to face the fear from challenging the impossible. In any case, the concept of humans who understand and define themselves is a vulgar and deceptive as many historical examples and current political situation can testify. 

 

For him, besides fine arts, collaging and sculpting trivial everyday objects and materials is critical and is one of the unusual ways to resolve disagreements with an absurd and futile reality he sees. He does not gild objects as lavishly as Jeff Koons nor does he put diamonds on skulls like Damian Hirst. Whichever unfamiliar places on earth, the objects he uses are those that provide real comfort both physically and emotionally. Hence, this is a hopeful clue for him on his unstable path toward the not easily revealed reality of humans. Wherever he goes, he starts the day by observing the immediate environment. That's why it is not easy to draw only but fortunately, he quickly reaches out to reality by simply cutting and pasting objects and his artwork. Children and Ascender are the best examples of this action. For Suh who has delved in painting, in this sense, collage and sculpture are considered as another starting point of painting as well as one of the bases to endorse painting.

 

In retrospect, Picasso and Braque tapped on collages in the early 20th century to extirpate the falsehood in painting whereas sculpture had been examined since ancient times. It is not a new idea but is worth refocusing on their principles through Suh’s work. This moderate-sized exhibition is fascinating in which it provides implications for our curiosity toward how his recent work delves into the primary questions on his quest on humans - full of strong colors, forms and mysterious energies and tensions like labyrinth – that hardly ever fall into any ideological cliché that encourages dóxa (popular beliefs), or on the energy that always direct humans to the ultimate proposition of what humanity is.

 

Fine art, a product of Western development, had been something strange and alien for us in the non-Europe region not so long ago. This art that had acted as trauma as much as fantasy has become an enriching and ordinary part of our lives outside the Western world because of few courageous artists such as Suh who contemplated and bashed away rather than making a mere fantasy. Listening to the whispers of small things in our daily life indeed requires a bit of courage. Because it is only possible when you can boldly cross and encompass the boundaries between human and nature, art and object, idea and matter, and sacred and secular.

 / T 02.322.3979 / Email / Copyright © GalleryJJ all rights reserved. 2013 by Brett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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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머리_29 Head_29, 62x18x27cm, Bronze, 2015,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