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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JJ Project 3 | Annual Show
NOW 2013 | 발칙한 시선들
김썽정 | 박지혜 | 윤혜진 | 홍명화
2013. 7. 30 (화) -  9. 3 (화)​​​

올해 첫발을 내딛는 ‘NOW 2013’은 제목그대로 지금 주목해야 할 작가를 위한 자리이다.30대 젊은 작가 중에서 이 시대의 화두를 자기만의 언어로 독특하게 풀어내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선정하고, 비교적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작품 구성과 깊이 있는 작품설명으로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 또한 국내 미술계를 전망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 첫 번째로 “발칙한 시선들”전이 열린다.

 

시선에 대한 반성과 사유는 오랜 시간을 두고 거듭 강조되어 왔다. 특히 디지털화와 영상 문명이 팽배한 시각정보 과잉의 시대에, 존 버거와 수잔 손탁과 같은 현대 철학자들은 ‘본다는 것’이 실제로 보고 있는 대상 너머의 의도나 의미가 내재되어 있음을 말하며 그것의 이데올로기와 불완전함에 관한 깊은 사유를 권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전시에서는 사선의 시선으로 비껴서 있는 모습들 속에 숨겨진 것들을 보이게 하고 드러내는 작가들의 “발칙한 시선”에 주목하고자 한다. 김썽정, 박지혜, 윤혜진, 홍명화는 보이는 대로 보지 않고, 드러나는 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이들은 대상으로부터 한걸음 물러나 거리를 두고, 드리워진 어제 그리고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오늘과 꿈꾸는 내일을 본다.

 

점을 찍는 작가 김썽정은 7살을 꿈꾼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 그때의 순수함과 유쾌함, 엉뚱함으로 발칙한 상상을 시작한다. 부엉이를 그리다 단발머리 소녀가 떠오르면 새의 날개는 소녀의 머리가 되고, 소녀가 그 마음 그대로 새색시가 되었으면 하여 다시 족두리를 씌운다. 그는 색색의 점들로 이러한 소망들을 찍어나간다. 점들은 적당한 간격으로 긴장감 있게 선과 면을 채우고, 만져보고 싶은 볼록하고 탱글탱글한 원색의 긴장은 강렬한 유쾌함으로 다가선다. 엉뚱한 이미지들은 예술의 권위보다 놀이의 친근함으로 즐거움을 선물하고픈 작가의 마음을 담고 있다. 작업은 캔버스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며, 유일무이한 색상들을 만들어 나가며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정교하게 한 점 한 점을 이어나간다. 그 몰두와 진지함의 시간들이 있기에 그의 유쾌함이 결코 가볍지 않다.

 

박지혜는 뒷모습을 그린다. 작품 속 빛의 흐름에 번지는 여인의 실루엣을 따라가며 살랑이는 치맛자락에, 얼핏 목뼈의 움직임에 시선이 머물고 다시 머리칼을 지날 때 쯤 아직 얼굴을 보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는 느낌이 든다. 바로 작가가 말하려는 것과 만나는 지점이다. 작가는 한 번에 많은 정보와 명확함을 주는 앞모습보다 뒷모습에서 더 깊은 울림을 느낀다고 한다. 몸의 미세한 움직임들이 전하는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문득 작가의 마음에 찔리는 한 순간, 작가는 오히려 수동적 위치에 있게 된다. 대상을 향해 끌리는 시선은 본인이 객체가 됨으로서 작품 속 대상과 관객이 직접 만날 수 있게 한다. 그녀의 비껴선 시선은 대상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지 않고, 그 움직임이 작가의 손을 통해 이어지며 다시 관객의 시선으로 연장시킨다. 움직임에 대한 세밀한 스케치와 겹겹 채색의 과정 속에서도 작가는 그 마주침의 순간을, 그 떨림을 수없이 되새긴다.

 

오랜 기간 뉴욕에서 작업을 하고 최근 귀국한 윤혜진의 작업은 낯설다. 동물 혹은 사람 같기도 한 강렬한 색채의 기괴한 형상들은 그러나 혐오감이나 공포감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브제들은 어릴 적 가지고 놀던 봉제인형들과 유사하고 붓질 역시 거칠고 자유로워 마치 어린아이의 장난처럼 보이기도 한다. 개인전 타이틀이었던 ‘달의 주문 (Moon Spell)’과 ‘잡식성 흥미(Omnivorous Interests)’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시선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곳과 저곳, 지금과 그때를 부유하며 부딪치는 이미지들을 잡아내기 때문에 이미지는 정형화될 수 없고 작업 의도 역시 다분히 즉흥적이다. 작가는 무작위로 한 가지 색을 고르고 나면 연이어 색들이 출몰하고 스스로 성장하며 화면의 조화를 유도한다고 말한다. 설사 그것이 조화롭지 못하다 해도 문제될 것이 없음은 더 넓은 세상과의 만남을 위한 조금은 낯설고 순수한 의외성이 윤혜진의 소통 코드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향한 그녀의 시선은 회화,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업에서 자신만의 소리로 변주된다.

 

홍명화의 방에서는 솜사탕 맛이 난다. 갖은 과일과 과자가 담뿍 담긴 팥빙수도 있고, 어른 얼굴만 한 롤리 팝도 있다. 섬유와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들을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풀어낸다. 거칠거나 혹은 고운 천 위에 동양화 물감으로 색을 입힌 후 솜을 넣어 바느질로 볼록한 형상으로 만들어 바니쉬로 마무리를 하면 먹음직스러운 과자와 아이스크림이 탄생한다. 작품 속 달콤한 것들은 단순히 먹는 이미지로서가 아닌 ‘달콤함’이라는 무드를 만들어낸다. 달콤함의 분위기와 그것의 위안. 바로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지점이다. 그녀는 달콤하고 행복한 세상으로의 일탈을 꿈꾼다.

 

 Julie Kang Gallery JJ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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