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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JJ Project 6
The Scene for LOVE

김범수 | 박현진 | 이설영 | 조영남

2013. 11. 14 (목)  - 12. 24 (목)​​​

"사랑의 만남에서의 나는 끊임없이 튀어 오른다. 나는 가볍다."

 -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중

삶이란 모든 공간과의 '사건적 마주침'이다. '공간'이라는 것은 우리가 머무르고 경험하는 외부의 '자리'뿐 아니라 쌓이고 채워지는 내부의 '흔적'이기도 하다. 외부의 공간이 우리를 만들어내는 조건과 배경이라면 내부의 그곳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살아간다.

 

이번전시는 관객의 참여에 의해 완성된다. 전시 공간은 기하핟적, 물리적 개념의 공간이 아니라, 관객이 참여하는 역동적이고 관계를 일으키는 사건적 장소로서 환원되며 관객 스스로가 포착하고 거기에 덧붙이거나 삭제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불러올 수 있다. 그때  그 곳은 하나의 서사적 텍스트가 된다.

 

실재의 공간에 가상을 덧입히는 작가 이설영은 작가 스스로의 자전적인 사랑의 감정을 담아 공간을 연출해 보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한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의 이 공간은 전체적으로는 어떤 '방'에 들어와 있는 듯한, 혹은 작품 속으로 들아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 관객을 의도한 장면 속으로 끌어들인다. 현실세계는 거대한 화폭으로 작용하여 3차원의 공간과 사물이 마치 2차원의 드로잉의 장면으로 표현되었고, 이에 관객들은 가상의 공간이 열리는 체험을 하게 된다.

 

상영 후 폐기된 영화필름들을 자르고 붙여 작업하는 작가 김범수의 작품은 감상의 거리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멀리서 보면 색과 일정한 패튼으로 이루어진 기하학적 설치작품 같으나 가까이 그 안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이야기와 감정들로 얽혀진 내러티브가 있는 극사실의 형상을 볼 수 있다. <100 kinds of love>는 하트를 형상화한 패널 작품으로, '감각의 제국', '바보', '첫사랑' 등 사랑을 테마로 한 영화필름을 사용한 것으로 황홀한 이중 이미지와 LED조명효과로 인해 사람에 대한 판타지가 극대화된다. 영화 속의 수많은 사랑 이야기들 중 특히 잊혀지고 지워진 사랑은 시간이 흘러 자연적으로 상이 흐릿해진 필름을 이용하기도 한다.

 

전시장 한편에 놓인 양 오브제의 조명등을 만나면 마음 속 따스한 등불 하나가 켜진다. 그것은 어둠을 밝히기보다 내면으로 들어와 유머러스하면서 동화적인 상상력을 촉발한다. 양털을 이루는 전선은 부드러운 듯 따뜻한 감성이 마치 혈관을 타고 흐르듯 마침내 외부의 작은 빛으로 귀결되어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사물과 공간, 그리고 우리의 내면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박현진 작가는 전선을 이용하여 조명과 이미지를 만들고 공간에 드로잉을 한다. 이렇듯 사물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기능을 변형하고, 선의 반복적 형태로서 사물과 공간에 부피감을 만드는 것이 그의 작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사람과 공간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포근하게 교감한다.

 

화투를 이용한 꽃다발은 재미있다. 조영남 작가의 작품 이미지로 널리 알려진 화투는 한국의 대중적인 놀이문화의 아이콘으로 그는 대중적 소재나 삶의 흔적이 녹아있는 이미지를 차용하여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일상적 오브제가 꼴라쥬됨으로서 현실은 화면으로 끌어들여지고 일루전은 제거된다. 그는 화투, 바둑판, 소쿠리, 태극기, 코카콜라 등을 소재와 주제 삼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합, 의미를 부여하여 조형언어를 만들어나간다. 문화의 아이콘이 있고 현실감각이 있는 작업들이 주가 된다.

​강주연 GalleryJJ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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