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JJ Project 13
보자기 by 김시현
Kim, Si Hyun
2014. 10. 30 (목)  - 2014. 12. 06 (토)

보자기가 품은 세 개의 공간

 

갤러리JJ의 2014년 가을 전시는 보자기를 매개로 세계와 소통하는 김시현의 개인전으로 마련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신작을 소개하고 보자기의 극사실적 재현으로 주목받으며 충실하게 장인적 작업으로 일관해온 작가의 작품세계를 체계적으로 조망하였다.

정교하고 매끈한 물성의 화면은 일견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며, 보는 이로 하여금 품격 있는 장신구의 세밀함이나 촉감적인 질감, 비비드한 색상으로 빠져들게 한다. 감싸진 물건의 형상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우리네 보자기의 정서와 색채로 가득한 이미지가 담겨있다. 김시현 작가는 보자기의 색상과 조형성,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보자기와 여성적 사물이 지닌 상징성 등을 세밀히 엮어 화면 속에서 새로운 의미체계를 만든다. 그럼으로써 소재의 조형구조를 드러내는 동시에 이차원 평면에서의 섬세하게 재현된 이미지의 서정성,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회화적 언어를 구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 속 사물들의 조형적 구조의 새로움과 아름다움에 주목하면서 전통이라는 상징성을 지나서 감각적 사물로, 혹은 추상적 색채 기호, 사유의 공간으로 바라보기를 제시한다. 더불어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의 한결같은 명제인 ‘The Precious Message’처럼 작품 속에서 혹은 그 너머에서 자신들만의 ‘소중한 메시지’를 찾아보기를 기대한다.

 

1. 안

작품을 들여다보면 보이는 것은 보자기, 즉 물건을 감싸고 있는 표피다. 막상 가장 중요한 보따리의 내용물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상관없이 우리의 관심은 화려한 화관이나 비녀, 금박의 문양 등에 머문다. 이렇게 기표의 즐거움에 빠지는 동안 보자기에 에워싸고 기호화하는 의미는 훨씬 나중까지 연기되고, 이로써 물건의 존재는 상실되고 신기루가 된다. 눈길은 주변부를 맴돌고 정작 중심은 비워진다. 이것은 “포장된 꾸러미는 비어있는 것이 아니고 비워지는 것이다.” (바르트의『기호의 제국』중에서) 안은 전체를 위해 존재하는 사라진 개념이다. 현대철학자 바르트(Roland Barthes)는 과장된 자세의 인사, 과장된 포장꾸러미, 하얗게 분칠로 가려진 연극배우의 얼굴 등에서 중심 혹은 기호의 ‘텅 비어있음’을 발견했다. 위장하듯 덮고 또 덮음으로서 알맹이는 점차 사라지고, 그 사라짐은 다시 씌여지기 위함이다. ‘말하지 않음으로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실제로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은 부재의 부분에 메시지를 넣을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오히려 강조가 된다.

품격 있고 화려한 장식으로 위장하면서 작가는 정작 말하려는 것을 말하지 않고 유보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그 기표일 뿐 그림 안에서 ‘The Precious Message 소중한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문양의 우아함이나 비녀와 노리개 등 고급스러움의 시각적 장치들 속에 감추어짐으로써 오히려 그 의미는 극대화된다. 텅 빈 이미지 속에서 다시 기호들은 생산되고 우리는 그것들을 읽고 상상한다.

 

2. 보자기

보자기는 사물을 은폐하고 보호하면서 화려한 겉모습을 가지고 하나의 기호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고고하게 화면의 중심에 등장하는 보자기는 물건의 전달이나 보관, 혹은 화려한 수나 문양을 더하여 격식을 추구하는 독특한 한국적 정서에 여성적 사물의 상징적 의미가 더해진다. 소품들의 기호가 더해져 새로운 의미 체계가 형성되기도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보자기는 '소중한 메시지'의 기호를 조합하려 할 따름이다.

작가의 보자기는 엄마의 매끈매끈한 공단 이불보에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어릴 적 엄마가 이불보를 시치는 모습이 익숙한 환경에서, 넓게 펼쳐진 매끈매끈한 공단천의 느낌이나 차곡차곡 개켜놓은 이불과 베개가 겹겹이 무늬의 층을 이룬 모습을 보며 그 자체로 잘 어우러진 조형성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렇게 보자기는 작가의 정체성과 내면세계로 통하는 소통도구로서 작동하며 한편, 작가는 이러한 전통성에 코카콜라나 명화 등 세계의 문화적 소재들을 접목하여 현대성을 보다 획득하거나 나아가 자연 혹은 세계를 품고자 한다.

위에서부터 내려다 본 시각을 가진 일련의 작품에서는 의미의 모방보다는 감각적인 추상화를 추구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지워지고 비워진 자리는 추상적인 기호들이 떠돌고 그 자리를 채운다.

 

3. 그 너머

화면 안에서 보자기는 마치 공간에 부유하듯 떠있어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때로 작품 속 배경은 현실공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작품 중 보따리의 형태대로 가장자리를 제거한 변형캔버스 작품들이 있는데, 핀란드산 자작나무를 다듬어서 만든 이것들은 그 자체로 오브제화 되어 현실 공간 속에 놓이게 되며 이로써 공간의 무한한 확장을 가져온다. 그리고 궁중에서나 씀직한 화관이나 비녀 등 고급스러운 장신구가 뜬금없이 보자기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기도 하면서 이러한 상징적 이미지들이 결합하여 다양한 의미의 층이 표현된다.

작가가 그려내는 환영적 공간은 보자기 이미지가 갖는 지시적 의미를 환기시켜주지만 이러한 시각적 장치나 매체적 특성이 갖는 요소들로 인해 깊이감이나 초현실적 느낌이 고조되어 문맥이 바뀐다. 이로써 그 이면에 담겨있는 메시지와도 마주치도록 유도하여 보자기라는 이미지 너머 사유의 틈을 만든다. 작가는 끊임없이 회화적 재현을 실험하며 그 너머를 보라고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강주연 | 갤러리JJ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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