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수없이 많은 이미지를 본다. 그리고 세상에는 보이는 것, 아는 것들이 많다. 현대철학자인 자끄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에 따르면, 예술은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고 그 이미지는 어떤 간극, 비-유사성을 산출하는 조작이다. 예술의 재현적 체계는 “말할 수 있는 것과 볼 수 있는 것,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의 관계들이 이루는 어떤 체계의 체제”다.
이미지를 본다는 것, 그리고 이미지의 실체는 예로부터 늘 많은 예술가들과 사상가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회화 이미지가 동시대에 보여지는 다양한 방식을 생각해보면, 컴퓨터 화면으로 혹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보는 회화 이미지는 안료를 넘어서서 빛과 픽셀로 이루어진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으로 넘어가게 된다. 갤러리JJ에서는 이러한 관심사를 두고서 두 명의 작가와 함께 회화, 사진, 영상으로 이루어진 전시를 마련하였다. 이들의 이미지들은 우리의 시간과 기억으로 단단한 세상을 열어 보이거나, 혹은 어설픈 의미 연결보다 표면 그대로의 ‘보기’를 요청한다.
윤지원Jiwon Yoon은 회화 고유 매체에 충실하면서 내면의 감정으로 세계를 구축하는 한편, 조이경Yikyung Cho은 회화와 영상, 사진 이미지들에서 각각의 고유의 미디엄medium을 자유로이 상호교차하고 중첩시키는 작업을 통해 이미지의 재생산이라는 결과물로써 결국 우리의 시지각에 관하여 질문한다.
윤지원의 작업에서 안료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알맞게 재단하고 구성시킨 재현된 이미지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안료 너머, 리메이크된 작가의 기억과 마주하는 것이며 그 안에서 우리의 시선은 안주한다. 이탈리아에서 회화를 전공한 윤지원은 고독과 긴장감을 화면에 표현하며 대체로 구조적인 완결성과 긴장감의 구도를 보여준다.
“항상 빛과 그림자가 흐르는 벽에 끌린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 내는 그늘의 회색지대, 그 공허하고 텅 빈 공간이 전해주는 무한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밀라노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오래된 건축물과 길들 속에서 수많은 역사와 그 역사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나는 도시인으로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일상에서 고독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윤지원 작가-
오늘날 회화에서 이미지는 단순히 유사성을 추구하는 의미에서의 재현적 리얼리티가 아니라 보다 깊은 의미에서 세계의 진실을 나타내는 리얼리티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다. 이미지는 더 이상 복사본이나 번역이 아니다. 보이는 것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과의 마주침, 그것이 도시와 현대인들의 고독, 혹은 공간과 장소의 그림자가 주는 멜랑콜리함, 한편 알 수 없는 텅 빈 색채와의 조우일 수 있다. 다소 억압적인 구성과 반복의 붓질이 주는 매끄러운 공간. 랑시에르의 말처럼 이미지란 사물 자체가 말하고 침묵하는 방식임을 윤지원의 화면에서 발견하고 싶어진다.
조이경은 이미지의 실체에 주목한다. 이미지를 본다는 것은 빛이 있어 가능하다. 조이경은 주로 가시적인 빛을 실험하여 빛에 따라 다르게 포착되는 이미지를 여과 없이 관객에게 보여주는 방식의 작업을 해온 미디어작가다. 작가는 독일에서 공부하였고, 영상 및 사진작업은 물론 꾸준히 회화 이미지를 고찰해오고 있다.
“회화란 본질적으로 사각의 캔버스 위에 칠해져 존재하는 피그먼트들의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캔버스 위에 재현된 이미지에서 의미를 찾는 것보다 공간의 벽에 걸린 사각의 프레임과 그 위에 존재하는 피그먼트들에 반응하는 행위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조이경 작가-
작가는 회화의 전통적 미디엄인 안료를 현실공간에 프로젝션하여 빛으로 바꾸거나 이를 다시 사진으로 대체하여 안료를 올리거나 한다. 회화적 이미지를 현대의 다른 미디엄으로 변환, 재생산하려는 이와 같은 시도는 동시대에서의 회화 이미지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즉, 회화 평면의 2차원적 공간에서부터 현실공간에 투영된 빛으로 빚어내는 3차원적 이미지, 다시 사진으로 픽셀화되어 조합된 새로운 이미지의 경험이다.
시간에 따른 변화된 이미지들이 겹쳐서 탄생한 <Still Life>, 이들 정물화가 보여주는 것은 더 이상 정지-still-된 사물이 아니다. 곧 이은 <Life in Light> 연작 역시 시간이 겹겹이 중첩되며 빛의 양에 따라 보여지는 그대로를, 작가의 말대로 “보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가상과 현실 공간의 애매한 경계를 구현하는 영화 이미지들의 콜라주 작업에 이어 신작으로 나온 사진 연작 <찍을 수 있었던 사진 / 찍을 수 없었던 사진>은 오늘날 떠도는 이미지 유희의 대표적 경향인 SNS에서 선택된 불연속적인 이미지들의 조합물이다.
조이경의 작업에 있어서 빛이라는 비물질성의 개입으로 말미암아 이미지가 가리키는 것은 실제의 모호한 영역이자 허망한 현존에 다름 아니다. 또한 새로운 이질적 공간으로 나타나는 이미지는 무매개적으로 충돌하는 것들의 몽타주로서, -하지만 이러한 양립 불가능한 것들의 마주침은 폭로하고 충돌하면서 결국 다른 질서를 드러내는 등 서로 공통의 세계를 창출해나간다- 그 불안정한 세계의 소환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과 알고 있는 것들의 실체를 때로는 명료하게 혹은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게 만든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시간과 공간들이 조작되고 전복된 이미지들, 우리의 기억은 믿을 만한 것이 못되며 우리는 그것들에서 애초부터 잉태된 본질적 위태로움 속에 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이러한 깊이를 가지지 않는 표면 그 자체를, 의식하기보다 그냥 원초적 ‘보기’를 우리에게 권유하고 있는 듯 하다. 마치 장 뤽 고다르Jean-Luc Godard가 자신의 영화에서 ‘보는 것’이 ‘생각하는 것’에 앞설 때 비로소 진실한 세상과 사물을 볼 수 있다고 한 것처럼 말이다.
전시를 통하여, 보이지 않은 것들의 단단함, 오히려 우리에게 명멸하며 불연속적으로 쏟아지는 보이는 것들의 한없는 나약함이 아이러니할 지도 모른다.
글 강주연
We always look at countless images. The world is full of things that meet our eyes or that we know of. According to Jacques Rancière, art is constituted by images and they operate to produce dissimilarities and gaps. The representational regime of art is "a system from the relationships between the sayable and the audible, and the visible and the invisible".
To look at an image and its substance has long been a major interest to many artists and thinkers. Consider the way we see the pictorial images these days. We look at them through computer screens or photographs in which we may question that the images have become something completely different beyond pigments and made of light and pixels. With this concern in mind, GalleryJJ has organized this exhibition including painting, photography and video with two artists. Their images open up the seemingly hardened world, or request us to see things at its face value rather than through clumsy analysis.
Jiwon Yoon remains faithful to the inherent medium of painting while constructing her world with the inner feelings, whereas Yikyung Cho freely crosses among media - painting, photography and video - and superimposes them to question about our visual perception.
The images created by pigments in Jiwon Yoon's work lead us to recreate images that are tailored and reconfigured by her perspective. What we see beyond the pigments is a reconstructed memory of the artist, and at the same time, our pupils settle down within it. Yoon expresses solitude and tension on canvas with a high degree of structural completeness and exciting composition.
"I'm always inclined to the walls ever showered by light and shadow. The gray zone of shade created by light and shadow... infinite stories told by those empty and blank spaces are interesting. When walking through alleyways filled with old architecture in Milan, you can feel the history and its weight…. I revisit the meaning of loneliness from everyday life as an urbanite." - Jiwon Yoon
Today, as we know, the images in painting are not about the representational reality in a mere pursuit of similarity, but more about the inner truth with a deeper meaning. An image is not a copy or a translation. Facing not only the visible, but also the invisible - this is perhaps the contemporary citizens' solitude, or the melancholy caused by the gray of space, or its color of emptiness. Yoon's painting creates a smooth space from somewhat oppressive compositions and repetitive brush strokes. As Rancière uttered, an image is the way things speak up or remain silent.
Yikyung Cho is attentive to the substance of images. Light enables us to see them. She is a media artist who primarily experiments with visible light to show the audience the images captured differently depending on the light. She studied in Germany, and since then she has worked on photography and video as well as on pictorial images.
"Painting is fundamentally an image of the pigments brushed on a quadrangular canvas. I think responding to the quadrangular frame hung on a wall and the pigments on its surface is more important than finding a meaning from the reproduced image on canvas." - Yikyung Cho
She transforms the pigments, the traditional medium of painting, into light by projecting them into a real space. Or she substitutes this with a photograph to place pigments on it. Converting and reproducing the pictorial image into a modern medium, this such attempt may open the possibility of expansion of the image in contemporary painting. In other words, it is a new combined experience from the two-dimensional plane of the painting surface, the three-dimensional image formed by a projected light in the real space, and the images composed of pixelated photographs.
<Still Life> superimposes the objects that has changed over time. Her still life objects are not still. This idea continues in <Life in Light> where different time frames are superimposed. "It shows you just what you see", she states. Meanwhile, following her collage work that has illustrated an ambiguous boundary between the virtual and the real spaces of movie images, her new series <The picture I was able to take / The picture I was not able to take> is a mix of irrelevant images taken from SNS that shows the current tendency of wandering image play.
In Cho's work, due to the intervention of immateriality as light, the image is pointing to a vague physical domain and the vanity of existence. In addition, the image that appears as a new heterogeneous space is a montage of things conflicting, with no mediation - but the encounter among incompatible things will eventually create a common ground as they reveal different orders through exposures and collisions - the summon of the unstable world alerts us to see and know the reality of things clearly, or at times, with doubts. As if the non-existent in reality, the manipulation and subversion of the images of time and space, our memories are not reliable but we live in an intrinsic danger caused by it. Are we not? But perhaps she rather encourages us to primarily "look" at the surface itself that does not have such depth, than to contemplating too much on it. Like Jean-Luc Godard stated in his movie that one could finally see the true world and things when "to see" precedes "to think".
It may be ironic to see, through this exhibition, the ultimate weakness of things discontinuously pouring on us, and realize the strength of the invisible.
Julie Kang, Dire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