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JJ Project 8
그리다 & 느끼다

1부   김교만 | 박기웅 |  이윤   | 최종식

2부   곽성은 | 문주호 | 이규학 | 홍화식

1부   2014. 2. 18 (화)  - 2014. 3. 10 (월)​​​
2부   2014. 3. 11 (화)  - 2014. 4. 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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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의 현대적 모색

 

1.오늘날 미술은 개념적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지고 스스로의 매체의 한계를 무너뜨려 장르를 넘나들게 되면서 거리낌 없이 결합하여 절충된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회화나 조각 등의 경계가 무의미하고 기원을 알 수 없는 이미지가 넘쳐나고 있는 요즘, 회화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이러한 때, 갤러리JJ에서는 <그리다 & 느끼다>전을 마련하여 회화를 기본으로 하는 매체적 실험과 독특하고 새로운 작업방식들을 소개한다. 다양한 방식과 경계 없는 장르로 담론을 창출하는 작가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특히 회화의 근간이 되어왔던 재현적 이미지가 현대미술에서 어떠한 위상을 가지고 있으며, 또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는 매체를 통한 표현력의 가능성을 짚어보고자 하는 것이며,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해진 현재에서 회화에서의 또 다른 소통의 가능성을 가늠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2. 19세기 낭만주의 이후 회화에서 대상을 모사하던 과거의 재현 방식은 점차 느슨해졌고 모더니즘의 형식주의는 오로지 회화 자체의 매체와 평면성만을 드러내었다. 분석철학이나 팝아트에 힘입어 회화에 다시 현실은 개입되었으나, 귀환한 형상이미지는 실재와 가상이 혼용되는 오늘날에 더 이상 실제를 지시할 수 없게 되었다. 이미지들은 일대일의 지시대상을 찾지 못하고 다의성과 복합적인 의미망을 가지며, 작품들은 다양한 문화들에서 끌어낸 차용들로 짜여진 직물처럼 하나의 텍스트로 작용한다. 해체주의에 기대어 이미 신표현주의는 새로운 표현으로서의 회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재현이미지를 사용하는 현대 작가들 중 많은 이들이 보드리야르의 이론을 끌어들여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종식, 문주호, 이규학, 곽성은 등의 작품에 있어서 이미지들의 의미를 결정하는 것은 외부세계에 있는 지시대상이 아니라 이미지들 사이의 관계, 즉 텍스트로서의 의미다. ‘회화적 조각’을 추구하는 박기웅 작가에게 있어 재현적 형상은 대중과 쉽게 소통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김교만의 서정적 추상 화면이나 이윤이 창작하는 ‘오브제로서의 회화’ 또한 내면 또는 감각을 표상한다. 홍화식의 재현은 회화의 물성을 드러냄에 봉사한다. 모사로서의 재현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 허상임을 드러내고 물성, 평면성을 깨우치기 위함이다. 

 

3. 이번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된다. 이미지의 차용과 복제, 패러디, 콜라주, 해체, 시뮬라크르, 키치 등 현대미술에 사용되는 다양한 수사적 기법과 함께 회화의 매체(또는 재료)에 주목하면서 첫 번째는 회화적 변용, 두 번째는 담론 형식으로의 이행에 중심을 실었다. 오랫동안 사실적 누드와 정물 등 정교한 재현적 자연을 보여주던 김교만 작가의 작품에서 자연이 직접 등장한지도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느 날 해거름의 시간에...  들판에 서서 대지와 하늘을 바라본다. 대지와 하늘의 만남은 단순한 구도이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의 색채는 파렛트에 번진 색깔처럼 환상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멜랑콜리하고 간결한 풍경으로 뒤바뀌기도 하며 많은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작품은 정제된 색면추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심상의 재현이자 생명력의 재현이다. 속으로부터 층층이 레이어된 색채들은 수줍게 드러나고 또 분할되며, 드라이플라워나 씨앗은 화면 위에서 부활한다. 순간을 포착한 그의 작품은 보이지 않은 운동력, 에너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세계를 체험시킨다. 그것은 현실의 시공간을 넘어 실재와 비실재가 혼재하는 현실과 상상 사이에 존재한다.  박기웅 작가에게 재현적 형상은 대중과 쉽게 소통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그는 자연을 상징적으로 해석하고 자연 형태를 시각적 은유로 변형시킨다. 그는 회화적 평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융합 혹은 혼성의 매체적 전략을 쓴다. 그리하여 작품은 회화와 조각의 하이브리드에 위치하며 그는 이것을 ‘회화적 조각’으로 지칭한다. 스테인레스 스틸과 자동차 도료인 폴리우레탄으로 작업하는 박기웅 작가의 작품은 다분히 현대적 내러티브를 내포한다. 매체로 선택한 영구적이면서 현대문명을 대표하는 재료 자체로, 그리고 내러티브로 물질문명의 담론을 제시하고 현실을 바라보게 한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산업재료임에도 우회적인 이미지로 형성된 시각적 형상들은 세련된 모습으로 정제되어 미적 즐거움을 준다. 

 

한편 이윤의 화면은 우연적이고 돌발적이다. 입체 이미지와 흩뿌려진 물감으로 시원하고 리드미컬한 화면을 보여주는 작품은 이중적으로 보인다. 그 자체로 오브제이며, 한편으로 회화적 느낌도 강하기 때문이다. 작업은 먼저 손바느질로 만든 입체 조형물들을 채색하고 평면에 배치하는데 이들은 콜라주 되는 동시에 구상적 이미지로서 돌발적인 물감의 흔적과 함께 평면에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랩소디’나 ‘스플래쉬’ 라는 작품 제목에서 느끼듯이 음악적 감흥과 시각적 경쾌함을 동시에 선사하며 화면 내에서 운동은 가시화되는데, ‘예술은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재현’하는 것이라는 들뢰즈의 말이 적절해 보인다.   

수묵화와 서양화의 기법을 혼용하는 최종식의 이미지들은 해체와 융합에서 나온다. 작품들은 지극히 한국적 이미지임에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소재적 반전이 일어난다. 한지에 먹이 번지는 형상을 차용하여 연필이나 아크릴물감, 유화로 채색하며 문구용 스태플러로 선적 소묘를 대신한다. 그의 작업의 핵심은 동양화와 서양화, 구상과 추상, 여백과 형상, 우연과 필연 등 다양한 대립되는 쌍들의 경계를 해체하거나 융합을 시도하는데 있다. 그가 추구하는 이미지는 우리의 고정되고 관념화된 양식적 기법의 해체에서 시작된다. ‘낯설게 하기’는 그의 주 컨셉으로, 작품들은 대부분 ‘데자뷔’라는 타이틀을 사용하며 관객들은 익숙함 속에서 느닷없는 낯설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돈이라는 무형의 기호를 모티브로 곽성은 작가의 작품은 현대 산업사회의 자본주의 담론이 작품의 중심에 놓인다. 레진으로 캐스팅 된 동전은 점점이 떠돌고, 그 뒤로 오버랩되는 폐허 도시 이미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자 가상적 매트릭스이다. 복제된 동전은 실상이 보이지 않는 떠도는 돈, 자본과 일맥상통한다. 작가는 실제 동전처럼 정교하게 재현된 동전이나 포토리얼리즘 혹은 사진의 아웃포커싱 기법의 회화이미지로, 매체적으로나 담론적으로 시뮬라크르의 전략을 사용한다.

 

쇼케이스를 모티브로 작업하는 문주호는 회화와 조각의 경계가 없는, 3차원의 이미지이자 오브제를 제시한다. 그에게 있어 재현은 시뮬라크르이자 키치의 대상이다.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석고로 캐스팅하여 복제한 파편들과 문화적 코드의 이미지들을 함께 진열장 위에서 조합시킨다. 오래된 문헌에서 발굴한 이미지들, 팝적 이미지 등을 꼴라주하고 붓질을 하는 등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혼성된 현재를, 오리지널리티가 상실된 이 시대의 상황을 보여준다. 복제되고 파편화된 컵들은 박물관 진열장에 놓여진 깨지고 금이 간 토기나 유기그릇들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플라스틱 컵은 우리가 사는 소비시대의 상징이자 좀체로 사라지지 않는 잔류물로서, 가짜와 폐기물들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오리지널리티는 과연 존재하는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있다. 작가에 의하면 이러한 작업들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우리들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역사 박물관에 진열된 선반, 그러한 문화적 기억과 이미지의 파편 속에서 이 시대의 폐기될 잔류물체들은 코드를 중층화시키고 새로운 모색을 위해 늘 유기적으로 시공을 여행한다.” 

 

반 고흐의 작품을 오마주하는 이규학 작가의 작품에는 차용과 번안의 전략이 있다. 잘게 자른 스티로폼을 신문, 잡지 그리고 한지로 싼 후, 그것들을 화면에 촘촘히 끼워넣는 독특한 기법으로 이미지를 창출하여 역동적인 화면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모자이크된 화면은 회화적인 요소를 부조로 환원시켰다. 기념비적인 것 내지 변하지 않는 것과 부유하는 일회성의 가벼움을 동시에 상기시킨다. 고단한 대가의 혼이 쏟아낸 꿈틀거리는 붓질은 이제 현대의 가볍고 일시적인, 혹은 머나먼 이국의 매체로 대체되어 우리에게 새롭게 말을 걸어온다. 

 

홍화식 작가는 회화를 해체하고 새롭게 환원시킨다. 한지에 형상을 그리고 다시 핀으로 속을 일일이 뜯어내고 부풀리는 작업을 거치는 동안 그려진 형상들은 애매모호한 이미지로 바뀐다. 대상들은 새로운 조형성으로 실존한다. 그는 재료의 물성을 드러냄으로서 캔버스에 그려지는 이미지로부터 이미지라는 허상과 실재를 분리하고 물성을 인식시킨다. 이는 회화는 트롱프뢰이유 임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사이, 시간의 간극을 느끼게 한다. 즉, 그의 작품은 틈, 혹은 사이에 존재하는 것들에 관한 것이다.

 

 이번 <그리다 & 느끼다>전은 재현적 평면을 확장하고 다양한 작업방식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회화적 방법론과 더불어 어떻게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소통할 수 있는지를 모색해보았다는데 작은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세계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느끼고 사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강주연 | 갤러리JJ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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