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JJ Project 30

윤정원: 정령의 노래

Jeongwon Yoon: The Song of Spirits

2020. 08. 27 (Thu) - 10. 10 (Sat)

“새로운 세상에서 무한한 상상의 날개를 펼쳐 또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기를...” 

루이스 캐럴,『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고대 그리스 어원에는 ‘유다이모니아’라는 말이 있다『니코마코스 윤리학』. eu(well, good)과 daimon(spirit)을 더한 말이다. 즉 인생 전체에 있어서 “잘 사는 것’, ‘잘 지내는 것’을 대략 뜻한다. 윤정원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말이다. 
 
갤러리JJ는 자유로운 판타지가 돋보이는 윤정원 작가의 개인전을 마련하였다. 윤정원은 자신의 삶 속에 나타나는 인간 본연의 욕망과 판타지를 시각화하여 설치를 비롯한 오브제나 드로잉, 회화,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구현한다. 그는 독일에서 수학하면서 쿤스트페어라인에서 국제미술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주목 받아왔다. 특히 잘 알려진 바비인형 작업과 샹들리에 설치를 비롯한 독창적인 작품들은 많은 곳에 소장되어 있다. 일견 화려한 형상 이미지로 다가오는 그의 작업은 주로 구슬과 단추 같은 의류 부자재, 인형, 플라스틱 같은 소소한 산업재들을 재활용한 레디메이드적이고 키치적인 요소가 있는 오브제를 만들거나, 이러한 사물들과 함께 사람과 동물, 천사들이 악기 연주와 춤을 추며 위계 없이 공존하는 밀도 높은 회화나 사진으로 이어져왔다. 모든 창조물과 자연이 예술과 더불어 회복과 구원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이번 전시 <정령의 노래>는 작가가 약 5년만에 갖는 개인전으로, 신작 회화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다양한 드로잉도 선보인다. 특히 삼면화(Triptych) 형식의 작품 <쾌락의 노래>를 구심점으로 전시장이 마치 오케스트라가 지휘하는 공연무대인 듯 하나의 입체적이고 공감각적 공간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 작가는 종종 삼면화 형식을 쓰곤 하는데, 이는 자연과 멀리 보이는 건축물들이 혼합된 배경 이미지와 더불어 중세 종교화를 떠올리게도 한다. 히에로니무스 보쉬가 바라본 ‘쾌락의 정원’을 벗어나 사랑으로 변신한 우주의 이미지, 타자를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실낙원, 그런가 하면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일 수도 있다.

 
발레리나와 악기 연주자, 다양한 인종의 사람과 동물, 천사 등은 지금까지 모두 윤정원의 화면에서 함께 어우러지며 등장해왔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동물 특히 ‘새’가 중심이 된다. 그 중에서도 파란 발을 가진 부비새는 에콰도르의 섬 갈라파고스의 상징인 새로서, 상대를 향해 춤을 추는 것 같은 구애의 행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애니메이션 <라바 아일랜드>의 사랑에 빠져버린 부비 캐릭터처럼, 사랑꾼인 부비새는 이번 전체 작품의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이는 책을 읽어주는 사람과 그것을 듣고 있는 새, 혹은 책을 읽어주는 새를 떠올린 윤정원 만의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꽃, 새, 구름, 풀, 산양, 기린, 펭귄, 물, 나무, 산, 자연, 숲, 비, 아침, 웃음, 공기, 햇빛,

바람, 사랑, 달, 별, 샴페인, 와인, 눈물, 소리들... 나를 이 세상으로 끌어들이고 깊고 넓게 만들며 날개를 맘껏 펼치라고 응원해주는 친구들이다. 이들과 함께 하기에 외롭지 않다.” 

윤정원 작가노트 2020년

상승

화면에 들어찬 작은 형상들은 각자 무언가 자신의 일상에 열중한다. 책을 읽고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고 춤춘다. 일을 하거나 보트를 타고 해먹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는 작가가 자신의 삶에서 마주하거나 스쳐 지나간 것들의 잔상, 감각으로 인지된 것들과 기억들로부터 상상력을 더해 유추된 상황들의 표현이다. “눈으로 보았던 것, 스쳐 지나가며 무의식적으로 머리에 남아있던 것들… 결국 어떻게 살아왔고 누구를 만나면서 사는 매일매일이 결국 작품에 나오는 것이다.”(윤정원)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만났던 현지인들에 대한 애정, 그리고 평소 현란한 색채감이 가득한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 빠지고 푸치니의 오페라를 즐기며 조지 발란신의 발레를 좋아하는 작가의 소소한 취향이, 공감각적 감성이 화면에 드러난다.

 

한편 이번에 책을 읽고 듣는 행위가 많으며 전반적으로 화면의 기저에 흐르면서 조용히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주거나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새 둥지를 보호하는 행위, 함께 감싸 안고 포옹하는 장면은 타자를 향한 따뜻한 관심에 다름 아니다. 서로 다르지만 불협화음보다는 조화로우며 이러한 상호 연결과 배려라는 이타적 태도로서, 자신의 개별성을 지나 타자에게로 나아간다.

“지배자는 자기 자신을 통해 타자를 장악하지만,

사랑하는 자는 타자를 통해 자기 자신을 되찾는다.”

한병철,『에로스의 종말』

에로스

나에게 좋은 것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아가서 사회와 인류, 자연 전체에 이르기까지 확대되는 것. 이는 바꿔 말하면 자기중심적 에로스에서 이타적인 에로스로 확장됨을 뜻한다. 플라톤의 『향연』에 의하면 “그것은 중간에 있어서 그들 (신과 인간) 사이의 간격을 메우고, 만물을 묶어 하나가 되게 합니다.”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영(다이몬)’으로서의 에로스. 이번 전시의 주요 등장요소인 ‘새’ 역시 예로부터 ‘메신저’ 역할을 해왔으며 이러한 개념은 곧 전시의 제목 <정령의 노래 The Song of Spirits>에서도 나타난다. 정령은 흔히 요정으로 일컬어지는 ‘님프’ 내지는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을 중재하는 매개체로서의 ‘영 Spirit’으로 얘기할 수 있다. 물을 배경으로 춤과 음악을 즐기는 님프의 이미지는 이번 전시에서 즉각적으로 유추될 수 있으며, 또한 ‘영’으로서 ‘가사자’와 ‘불사자’ 사이의 중간적 존재인 에로스의 관점을 촉발시키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개별자의 시점을 벗어나게 하고, 타자의 관점에서 또는 차이의 관점에서 세계를 새롭게 생성시키는 것은 에로스의 몫이다. 즉 에로스는 타자를 타자로서 경험하게 하고 주체를 나르시시즘의 지옥에서 해방시킨다. 『향연』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몸과 마음을 성숙시켜나가야 하는 것을 보여준다. 에로스는 아름다운 것(좋은 것)에 대한 욕망으로, 플라톤의 학설에 의하면, 에로스에서 정신적 추진력이 발원하며 에로스에서 동력을 얻은 영혼은 보편적 가치를 지닌 아름다운 것, 아름다운 행위를 산출한다. 현대 철학자 하이데거는 사유에 근본적인 전진을 이루어 전인미답의 지대로 나아가는 순간 에로스의 날갯짓이 자신을 건드린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에로스 이론을 계승하고 있다. 들뢰즈와 가타리 역시 에로스를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초월적 조건으로 끌어올리며 로고스와 연결한다. 

 

윤정원의 자연과 예술을 긍정하는 이미지는 바꾸어 말하면, 현대사회의 삶에서의 이기심과 획일화에 대한 항거를 내포하고 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에로스는 완전히 다른 삶의 형식, 완전히 다른 사회를 향한 혁명적 욕망’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지혜와 덕을 말함이다. 윤정원이 보여주는 내러티브는 에로스의 사다리, 즉 개인에서부터 자연과 우주까지 줄줄이 연결된 아름다운 것 자체에 대한 앎으로의 상승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동시에, 극심한 자본주의의 횡포 가운데 소멸되어 버린 환상과 타자, 에로스를 회복하는 것이 곧 오늘날 예술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에둘러 일깨운다. 다시 애초의 유다이모니아로 돌아가서, 그것은 본래 삶의 조건으로서 최고선에 도달하고자 함을 뜻한다. 윤정원의 회화적 이미지는 관조적 사유를 하고 영혼의 다양한 덕들을 실행하는 것, 예술을 통하여, 곧 아리스토텔레스의 ‘유다이모니아’를 현재로 소환하고 있다.

- 갤러리JJ 대표 강주연

"In a new world, spread the wings of vast imagination and create another world…”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Lewis Caroll

The term Eudaimonia from Nicomachean Ethics consists of the words eu (good) and daimon (spirit) in the ancient Greek etymology. It roughly means to live well and prosper throughout life, which is indeed perceived in Yoon’s work. 

GalleryJJ is pleased to present recent works by Jeongwon Yoon. She envisions human desires and fantasies emerging in her life and embodies them in drawings, paintings, installations, and photographs. While studying in Germany, she has received worldwide accolades including International Art Award at the Kunstverein. Among her works, particularly well-known Barbie doll series and chandelier installations, are collected by many institutions. She often creates such colorful images that have ready-made and kitsch elements by using recycled industrial products and clothing subsidiaries such as beads and buttons. Animals, people, and fairies coexist without hierarchy, playing, and dancing, in which her paintings and photographs diversify through this mixture. All creation is thus embodied as an image of restoration and salvation.

This is a much-awaited solo exhibition by Yoon since 2015 mainly comprised of new paintings and drawings. In particular, with a triptych Song of Pleasure as the centerpiece, the exhibition space transforms into stereoscopic and synesthetic space as if it were a performance stage led by an orchestra. She often uses a triptych format that reminds us of medieval religious paintings with background images blending nature and distant edifices. This could be the universe filled with love, a beautiful paradise that embraces others unlike Hieronymus Bosch's view in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 and perhaps more like Lewis Carroll's Alice in Wonderland.

Fairies, animals, ballerinas, musicians, and different human races have all mingled in Yoon’s work hitherto, but her recent work presented in this show focuses on animals, especially birds. Among them, blue-footed boobies have a symbolic value on the Galapagos Islands and are well known for their dance as a courtship behavior. Similar to the Booby from Lava Island animation, Yoon’s romanticist booby character leads the atmosphere of this exhibition. It begins with her unique and witty imagination of a bird listening attentively to a person reading books or a bird that reads books.

“Flower, bird, cloud, grass, goat, giraffe, penguin, water, tree, mountain, nature, forest, rain, morning, laugh, air, sunlight, wind, love, moon, star, champagne, wine, tears, sounds... They are friends who pull me into this world, make me profound and inclusive, and cheer me on to spread my wings. With them, I am not lonely.” 

Yoon’s artist note 2020

Synergy

Each small figure on canvas is devoted to their daily life. They either read books, play instruments, sing, dance, labor, or relax in a hammock on a boat. These situational articulations are inferred by the afterimages of things that Yoon encountered and passed by in her life, or perceived by senses and memories. “What I saw with my eyes and what passed by that lingers in my head… After all, how I live each day and whom I meet will thereby appear in my work,” says Yoon. Her thoughts and synesthetic touch manifest in the work, for instance, her affection for the locals she met during the trips to Africa or indulgence in Puccini's operas, George Balanchine's ballet, and Igor Stravinsky's music full of brilliant colors.


Although the acts of reading and listening constitute a major part of the work, there is something that quietly catches the eye at its underlying action. Giving hands and hugs to each other, feeding animals, and protecting bird nests are nothing but solicitude for others. Despite the differences among them, they are more harmonious than dissonant, and with such an altruistic attitude of mutual connection and consideration, they go beyond severalty. 

 

“The ruler possesses others through himself,

but the lover takes possession of himself through another.”

The Agony of Eros, Byung-Chul Han

 

Eros

Extending what is beneficial to oneself to others, society, humanity, and nature as a whole imply a growth from egocentric Eros to altruistic Eros. According to Plato’s Symposium, “it bridges the gap between God and man from the middle, binding all things together and turn them into one.”

 

Eros is viewed as the spirit (daimon) that mediates God and man. Bird, the key element of this exhibition, has also played the role of messenger since ancient times, and this concept conforms to the title of the show The Song of Spirits. Spirits can be referred to as nymphs (fairies), or as mediators that reconcile the corporeal and the metaphysical. Archetypal images of a nymph who enjoys dancing and music around water can be inferred easily in her work, and they also spark the perspective of Eros as an intermediary spirit between the mortal and the immortal.

 

It is up to Eros to deviate from individual perspectives and to create a new world from the perspective of others and differences. That is to say, Eros makes sure we experience others as ‘distinct others’, and detaches subject from a narcissistic bog. Symposium explains how humans must mature their bodies and mind. Eros is the desire for the beautiful and the good. According to Plato, the spiritual momentum originates from Eros in which it produces beautiful things and actions of universal value. Heidegger inherits this thought on Eros, saying that at the moment he makes a fundamental growth in thinking and enters the unprecedented zone, he feels the wingbeat of Eros nudging him. Deleuze and Guattari also connect Eros with Logos, raising it to a transcendental condition that makes thinking possible.

 

Yoon’s work illustrating scenes of natural elements implies resistance against selfishness and uniformity in the life of modern society. Eros can appear as a revolutionary desire for a completely different form of life and society according to Korean-German philosopher Byung-Chul Han. It refers to the wisdom and virtue of replacing the old with the new. The narratives in her work guide us to comprehend the beauty itself that lies in all things through individuals to Mother Nature. Therefore she reminds us that reinstating Eros, the fantasy and others extinguished amid capitalist tyranny, is the way to overcome the crisis faced in art today. This exhibition summons Aristotle’s Eudaimonia through her work that recalls thinking through art and positive virtues, to achieve the highest good within the given condition of life.

 

- Julie Kang, GalleryJJ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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